‘비메모리반도체’ 승부수 1년 후…“투자·생태계확장 투 트랙 집중해야”

양대규 기자 / 기사승인 : 2020-07-01 11:0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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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도체 슈퍼사이클’ 그리고, 이어진 침체기
- 지난 1년 비메모리반도체 지원은? 삼성전자의 생태계 투자
- 시스템반도체, 우수 설계 인력 확보 필수…단기간 성과는 어려워

 

▲ [source=intel]
[IT비즈뉴스 양대규 기자] 지난해 문재인 대통령은 비메모리반도체가 메모리반도체에 비해 취약하다며 경쟁력을 높여야 된다고 강조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이에 답하며 2030년까지 시스템반도체 분야에 133조원을 투자하겠다는 내용의 '반도체비전2030' 계획을 발표했다.

 

문 대통령의 발언은 지난 3월, 이 부회장의 답은 지난 4월, 오늘로 2020년도 하반기로 접어들며서 1년이 더 지났다. 1년 정도 만에 가시적인 성과를 기대하는 것은 욕심이겠지만, 관련 생태계의 구축이나 경쟁력 상승 등의 긍정적인 변화는 기대할만하다.

지난 1년 한국의 비메모리반도체는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이에 앞서 한국은 왜 비메모리반도체를 육성하려고 했을까? 이 질문에 대한 대답부터 살펴보자.


◆‘반도체 슈퍼사이클’ 그리고, 이어진 침체기

2018년 한국의 대표적인 반도체 업체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역대 최대의 실적을 거뒀다. 2017년부터 시작된 반도체 슈퍼사이클의 영향이다. 특히 D램(DRAM)과 낸드플래시(NAND Flash) 중심의 메모리반도체의 수요가 급증하면서 양사의 이익은 극대화됐다.

이로 인해 삼성전자는 수십년간 반도체 시장의 독보적인 성적을 거뒀던 인텔을 제치고 2017년, 2018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SK하이닉스는 2017년 4위를 기록하고 2018년에는 3위까지 올랐다. 현재 가장 높은 주가를 보이는 세계 1위 파운드리 업체 TSMC는 당시 SK하이닉스보다 한단계 낮은 4위를 기록했다.
 

▲ 2018, 2019년 반도체 기업 순위 [source=icInsights]

허나 2018년 4분기부터 메모리반도체 시장은 '공급과잉'으로 인한 가격하락 문제가 발생했다. 당시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의 영업이익은 43.5% 떨어졌다. 삼성전자보다 메모리반도체 비중이 더 높은 SK하이닉스의 영향은 더 컸다.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는 메모리반도체 산업의 특성상 시장의 하락은 이미 예고가 됐으나, 직접 겪기 전까지는 '언제',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서는 전문가의 말들도 '단순한 추측' 이상은 아니었다. 다양한 환경적인 요소에서 '정확한 예측'을 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하락의 징조는 보이고 있었다. 2018년 7월부터 불거진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은 미래지향적인 반도체 산업의 불확실성을 증가시키고 있었다. 지금 당장보다는 앞선 미래를 향한 기술과 산업인 ICT에 대한 투자가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메모리반도체 산업은 수요와 공급에 민감하다. 미중 무역전쟁이 점점 격화되면서 수요 기업들의 투자가 줄어들며, 공급과잉이 발생하고, 가격하락과 수익하락의 악순환이 시작된 것이다.

반도체 슈퍼사이클을 이끈, FAANG로 불리는 페이스북(Facebook), 아마존(Amazon), 애플(Apple), 넷플릭스(Netflix), 구글(Google) 등의 주요 기업들의 데이터센터에 대한 투자가 줄어들기 시작했다. 스마트폰의 수요는 이미 1~2년 전부터 정체하기 시작했다. 메모리반도체의 마지막 시장인 PC와 노트북의 성장은 스마트폰 시장보다 더디다.

결국 2018년 4분기, 2019년 1분기 메모리반도체 시장은 롤러코스터처럼 가장 높이 올라갔다가 다시 떨어지기 시작했다. 전세계 반도체 시장 1위, 3위이자, 메모리반도체 시장 1, 2위를 기록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하락폭은 더 클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슈퍼사이클이었던 2017년, 2018년에는 역사상 최대의 수익을 냈지만, 지난해 메모리반도체 시장이 부진하면서 바로 전년보다 각각 29%, 38% 줄어든 수익을 보였다. 반면 시스템반도체 비중이 큰 인텔과 순수 파운드리 업체인 TSMC는 각각 0%, 1% 증가를 보였다. 미중 무역전쟁이라는 불확실성 속에서도 큰 변화가 없었다.

지난해 초부터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는 수요에 따라 가격 변동이 심한 메모리반도체 외에도 지속적인 수익을 창출하는 비메모리반도체의 육성에 대한 요구가 나오기 시작했다. 국내 산업에 두 기업의 영향이 큰 만큼 이에 대한 목소리도 커져만 갔다.

 

▲ 비메모리반도체 사업 중 하나인 삼성전자 화성캠퍼스 EUV 파운드리 라인 전경 [사진=삼성전자]

◆ 지난 1년 비메모리반도체 지원은? 삼성전자의 생태계 투자
지난해 3월 문재인 대통령은 "메모리 반도체 편중현상을 완화하는 방안을 신속히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올해 세계 경제 전망이 어두운 가운데 대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도 거세게 영향을 받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긍정적으로 답했다.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의 반도체 산업을 메모리뿐만 아니라 비메모리까지 영역을 넓히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문 대통령의 발표 한 달뒤, 삼성전자는 2030년까지 시스템 반도체 분야 연구개발 및 생산시설 확충에 133조원을 투자하고, 전문인력 1만5000명을 채용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반도체비전2030' 계획을 발표했다.

삼성전자는 자사의 시스템 반도체 인프라와 기술력을 공유해 팹리스, 디자인하우스 등 국내 중소업체와의 협력을 강화해 전체 생태계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계획도 함께 밝혔다. 반도체비전2030을 위해서는 독자적인 성장만으로는 힘들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지난 1년 삼성전자는 팹리스, 디자인하우스 등 국내 중소 업체들과의 상생 협력에 힘을 쏟았다. 국내 중소 팹리스 업체의 제품 개발 활동에 필수적인 MPW(Multi-Project Wafer)프로그램을 공정당 년 3~4회로 확대 운영하고, 8인치부터 12인치 웨이퍼 공정까지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삼성전자의 MPW는 다품종 소량 생산을 위한 파운드리 형태로 한 장의 웨이퍼에 다른 종류의 반도체 제품을 함께 생산하는 방식이다. 대규모 생산이 어려운 국내 중소 팹리스 업체를 위해 준비한 시스템이다.

삼성전자는 "전장, 모바일, 보안 등 다양한 응용처에 최적화된 공정 기술과 설계 인프라를 제공하고 있으며, 생태계 강화 방안 발표 이후 중소 업체들과 협력해온 제품이 올해 말부터 본격 양산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작년 하반기부터는 국내 팹리스와 디자인하우스 업체의 경쟁력 향상을 위해 레이아웃, 설계 방법론·검증 등을 포함한 기술 교육도 제공했다.

2018년부터 시작한 파운드리 생태계 프로그램 'SAFE(Samsung Advanced Foundry Ecosystem)'를 운영해 파트너와 고객과의 협력 강화도 진행했다.

최근 삼성전자는 중소기업들이 더욱 편리하게 설계해 파운드리로 생산할 수 있는 생태계를 위해 '통합 클라우드 설계 플랫폼(SAFE Cloud Design Platform, SAFE-CDP)'를 출시했다.

삼성전자는 "공정이 미세화될수록 반도체 칩 설계는 복잡해지고 난도 또한 높아진다. 특히 설계 작업의 후반부로 갈수록 필요한 컴퓨팅 자원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며, 칩 검증에 소모되는 시간도 상당하다"며 SAFE-CDP를 준비한 이유를 설명했다.

SAFE-CDP를 통해 서버 확장에 대한 고객들의 투자 부담을 줄이고, 칩 설계와 검증 작업에 필요한 컴퓨팅 자원도 단계에 따라 유연하게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화성, 평택에 잇따라 투자를 단행하며 파운드리 사업 강화에 속도를 높이고 있으며, 국내 중소기업들이 삼성의 최첨단 공정 기술을 보다 편리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접근성을 높여 생태계를 지속 확장해 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 지난해 4월 시스템반도체 비전 선포식에서 반도체 비전 2030을 발표하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삼성전자]

◆시스템반도체, 우수 설계 인력 확보 필수…단기간 성과는 어려워
업계 관계자들은 삼성전자만의 투자에도 국내 비메모리반도체 시장이 단기적으로 성과를 보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서는 단순한 투자로는 어렵다는 것이다.

앞서 안기현 반도체산업협회 상무는 “지난 20년간 정부 주도로 육성해 왔으나, 우리업계는 경쟁국 대비 기업개수, 규모, 인력확보 등에서 매우 취약하다”며 “기반기술 측면에서도 해외에서 이미 개발된 반도체 설계도면(IP)을 조합해 반도체를 설계하는 수준이고, 이에 매년 3000억원 이상을 로열티로 지급하고 있다. 국내에는 글로벌 수요기업인 가전·완성차업체 등이 있으나 대부분 외국산을 사용, 국내 반도체산업과의 연계는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중소·벤처기업 입장에는 수요자의 요구나 제품이 다양하기 때문에 공정별로 특화된 기업에 의한 분업화에 적합한 시스템반도체 산업에 뛰어드는 것이 유리하다. 허나 글로벌 시장에서 인적·물적 자원이 풍부한 팹리스 대기업과 경쟁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다.

시스템반도체는 고도의 기술력과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보유한 핵심 기술 인력이 기업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대표적인 기술집약적 산업이다. 반도체 설계를 위해서는 고도의 공학적 전문지식이 필수적으로 기술적 진입장벽이 높다. 수학·물리학·화학 등 기초과학이나 컴퓨터 과학에 대한 이해와 전자회로 이론·통신이론·신호처리이론 등 다양한 공학적 지식도 필요하다.

미국에 이어 시스템반도체 강국인 대만은 지난 20여년 간 실리콘밸리 출신의 자국 엔지니어를 12만 명을 자국으로 불러들였다. 그 결과 세계 2위의 팹리스 국가로 자리잡았다. 우수한 설계 인력이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줬다.

 

한국 정부도 지난 1년간 비메모리반도체 인력 양성을 위한 투자와 지원에 나섰다. 6월29일 산업통상자원부는 시스템반도체 관련 기관, 기업들과의 간담회를 열어, 정부의 지원정책에 대해 설명했다.

산업부는 1조원의 대규모 신규 R&D 사업과 함께 시스템반도체 산업의 핵심 기반인 전문인력 확보를 위해 실무인력에서 고급인력까지 전방위적 인력양성 체계를 조성했다고 강조했다.

산업부에 따르면 ▲산업부·과기정통부가 함께 2029년까지 10년간 총 1조원의 ‘차세대 지능형 반도체 기술개발 사업’을 추진중이며 8월부터 사업단을 출범할 계획이다. 인력 양성을 위해 ▲한국폴리텍대학 안성캠퍼스를 시스템반도체 실무교육에 특화된 반도체융합캠퍼스로 전환했으며 ▲국내 주요대학과 대표 반도체 기업이 협업해 채용연계형 반도체 계약학과를 신설했다. ▲정부와 기업이 1:1로 투자해 미래차, 스마트가전, 첨단로봇 등 차세대 유망분야의 고급인력을 양성하는 신규사업도 추진중이다.

이날 성윤모 산업부 장관은 “시스템반도체 비전과 전략의 차질없는 이행을 통해 시스템반도체 경쟁력과 국내 소재·부품·장비 생태계를 강화해 나가겠다”며 “수요기업-팹리스, 팹리스-파운드리간 연계를 강화하고, 전문인력 양성 및 R&D 등을 통해 산업경쟁력을 뒷받침하겠다”고 말했다.

인력양성 외에도 정부는 지난 1년간 ▲시스템반도체 설계지원센터 개소 ▲6인치 실리콘카바이드(SiC) 기반 전력반도체 일괄공정 인프라 구축 ▲1000억원 규모의 시스템반도체 전용펀드를 조성하며 비메모리반도체 육성을 위한 투자를 단행했다.

 

기업과 정부의 장기적인 투자로 국내 비메모리반도체 생태계가 본격적으로 자리잡으면, 퀄컴과 ARM, AMD 등 해외 팹리스 업체에 견주는 국산 반도체 설계 기업의 탄생을 한 번 기대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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